왜 지금인가 — '시간'이 시장 접근성의 마지막 장벽이었다
2026년 6월 24일 현재, 한국 외환시장의 정규 운영시간은 09:00~15:30(KST)의 6시간 30분이다. 2024년 새벽 2시까지 연장됐다고는 하나, 글로벌 외환시장이 24시간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원화는 여전히 '잠자는 통화'에 가깝다.
이 시간 격차가 그저 불편함의 문제였다면 정부가 이렇게 서두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이 한 줄에 있다.
"한국 원화는 역외 시장을 통해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선진시장 통화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시장 접근성이 낮다." — MSCI Market Accessibility Review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DM) 편입은 15년 묵은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다. 그런데 MSCI는 매년 같은 지점을 지적해 왔다. '외환시장 접근성'. 호주 달러는 시드니가 문을 닫아도 런던에서 거래되고, 일본 엔은 도쿄가 닫혀도 뉴욕에서 거래된다. 한국 원화만 시간대가 끊긴다.
2026년 1월 9일, 정부는 「2026 경제성장전략」의 일환으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첫 번째 액션이 7월 1일 외환 24시간 개장이다. 다음주 화요일이 D-Day다.
무엇이 바뀌는가 — 3-Layer 외환 IT 인프라
외환 24시간 개장은 단순히 시계만 바꾸는 일이 아니다. 야간에 거래가 일어난다면, 그 거래의 매칭·결제·등록까지 24시간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3개 레이어로 설계했다.
이 세 레이어는 따로따로 보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L1이 거래를 받고, L2가 결제하고, L3가 그 시장에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한 축이라도 빠지면 '24시간 외환'은 껍데기에 그친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 야간 자동매칭 + DLT 결제의 흐름
야간에 외국 기관이 원화를 매수한다고 해보자. 한국에 영업 중인 딜러는 없다. 그럼에도 거래가 체결되고, 결제가 끝나고, 양쪽 장부가 일치해야 한다. 단순화하면 이런 흐름이다.
while session.is_open(): # 24h flag
order = fix_gateway.read() # MsgType=D NewOrderSingle
px = matcher.match(order, ccy="KRW/USD")
# [L2] 역외 원화결제망(DLT) — ISO 20022 pacs.008 전문 생성
msg = iso20022.build(px, scheme="pacs.008")
tx = dlt_ledger.submit(msg, validators=["BOK", "RFI"])
# 결제 완결성(finality) — 분산원장에서 한 번에 종료
assert tx.status == "FINAL"
이 흐름의 두 핵심은 FIX와 ISO 20022다. FIX(Financial Information eXchange)는 전 세계 거래소·기관 간 주문 메시징의 사실상 표준. ISO 20022는 SWIFT 차세대 결제 표준으로, 한국은행은 한은금융망(BOK-Wire+)에도 ISO 20022를 본격 도입한다. 야간 외환은 이 두 표준 위에서 자동으로 돌아간다.
주목할 지점은 결제 레이어가 DLT(분산원장)로 설계됐다는 것. 일반적인 RTGS(실시간총액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한국은행과 RFI들이 함께 Validator로 참여하는 분산 네트워크다. 결제 완결성(finality)이 분산원장에서 즉시 확정된다.
누가, 얼마에 — LG CNS · 317억 · 15개월
역외 원화결제망 구축 사업자는 LG CNS다. 2026년 1월 21일 사업자 선정이 발표됐다. 사업 예산은 약 317억 원, 사업 기간은 15개월. 한국은행은 이 시스템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이 24시간 원화 자금을 운용·이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항목 | 내용 |
|---|---|
| 발주자 | 한국은행 |
| 사업자 | LG CNS (단독) |
| 예산 | 약 317억 원 |
| 기간 | 15개월 (2026 ~ 2027) |
| 기술 기반 | 분산원장기술(DLT) + ISO 20022 |
| 한은금융망 일평균 | 약 723조 원 결제 (전년比 17.2% 증가) |
| 1차 시범 | 2026.09 — RFI 우선 참여 |
| 본격 시행 | 2027 |
LG CNS의 한국은행 인프라 사업 경력은 두텁다. 이미 한국은행 차세대 회계 및 결제시스템 컨소시엄을 맡은 적이 있고, 프로젝트 한강(CBDC 실증)에도 단독 구축으로 참여했다. 한국 결제 인프라의 백엔드는 사실상 LG CNS가 짜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 3개의 새 리스크
이상적으로는 한국이 글로벌 통화 시장에 합류한다는 그림이지만, 새 인프라엔 새 리스크가 따라온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은이 이미 지적한 위험은 세 가지다.
그래서 야간 매칭엔진의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설계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P11에서 다뤘던 토스뱅크 환율 오류 사고(7분 만에 284억 손실)가 다시 떠오른다. 자동화된 거래에서 단 한 줄의 가격 게이팅이 빠지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다.
누가 일하게 되는가 — 외환 IT 3대 직무
특히 외환 SRE 직무는 한국 금융권에서 거의 처음 만들어지는 형태다. 정규 시간 외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인력이 드물기 때문에, 토스뱅크·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SRE 인력에 대한 시중은행의 러브콜이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18개월 타임라인
외환이 깨어나면 한국 자본시장도 깨어난다. 7월 1일 09:00이 아니라 7월 1일 00:00이 시작이다. 그 한 자정의 차이가 KOSPI에 외국인 자금이 흐르는 방식을 바꾼다.
이 기사는 EP51(코스피 7000)·EP09(프로젝트 한강)·EP11(토스뱅크 환율 오류)·EP52(전자금융거래법)와 연결됩니다. 이전 에피소드를 함께 보면 외환·결제·매매 시스템의 전체 그림이 더 또렷해질 거예요.
- 기획재정부 「2026 경제성장전략」 ·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 (2026.01.09) 서울경제 — 7월부터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2026.01.08)
- LG CNS, 한은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사업자 단독 선정 (317억 / 15개월) 서울경제 단독 — LG CNS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 (2026.01.21)
- 한국은행 ISO 20022 한은금융망 도입 · 결제액 일평균 723조 원 한국은행 — 국제금융전문표준(ISO 20022) 도입
- MBC뉴스 —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 24시간 열린다 (거래 공백 해소) imnews.imbc.com
- 경향신문 영문판 — 2026 경제성장전략 외환 24시간 개장 보도 khan.co.kr
- 자본시장연구원 —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이 환율 변동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 No.2295) kcmi.re.kr